빌 게이츠, 1년 만에 다시 서울로 — 이번에도 화두는 SMR

빌 게이츠가 8월 13일 한국을 찾았다. 약 1년 만의 방한으로, 정부 고위 인사와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자 게이츠재단 이사장, 그리고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 테라파워(TerraPower)를 이끄는 그의 직전 방한은 2025년 8월이었다. 이번 일정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HD현대 정기선 등과의 회동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억만장자가 원자력 이야기를 하러 계속 오는 이유
게이츠의 방한 일정은 갈수록 하나의 사업으로 수렴하고 있다. 차세대 원자력 기술 상용화를 위해 그가 세운 회사, 테라파워다. 그 목표에 한국은 빼놓기 어려운 기착지다.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원자로 기자재, 중공업 제조, 발전소 건설로 이어지는 원자력 공급망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고, 상업 배치를 서두르는 SMR 개발사라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방한에서 정부 인사와 기업 총수를 함께 만난다는 점은 SMR 사업의 실제 작동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자로 설계는 테라파워 같은 개발사가 내놓지만, 인허가·자금 조달·제작은 국가 정책과 산업 파트너가 함께 움직여야 굴러간다.
최태원이 테이블에 앉을 때 쓰는 두 개의 모자
게이츠의 상대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최태원 회장이다. 그는 이런 자리에 흔치 않은 이중의 자격을 갖고 나온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 최종현 회장 별세 후 38세에 총수 자리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SK그룹을 이끌어 왔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계열사 186곳을 거느린 국내 재계 2위 그룹으로, SMR이 실제로 쓰일 에너지 사업과 SMR 수요를 키우고 있는 전력 다소비 반도체 사업을 모두 품고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은 2021년 3월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다. 자기 그룹만이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를 대변하는 자리다. 그와의 대화는 사실상 한국 산업계 전반과의 대화인 셈이다.
HD현대 정기선의 참석은 또 다른 축을 가리킨다. HD현대의 핵심 역량은 조선과 중공업, 즉 SMR 제조에 — 더 멀리는 소형 원자로의 해양 활용에 — 필요한 대형 제작 능력 그 자체다.
회동은 확정, 결과는 아직 백지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아닌지는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확인된 것은 방한 사실과 SMR 협력을 논의하겠다는 의사까지다. 구체적 합의는 아직 없고, 상세 의제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급 계약이든 투자 확대든 공동 개발 틀이든,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이번 방문 자체가 아니라 이후 논의에서 나온다.
그래도 패턴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1년 주기의 방한, 재계 2위 그룹 총수와 대표 조선사 수장이 축을 이루는 회동, 그리고 일관된 SMR이라는 주제. 테라파워의 구상에서 한국의 역할이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지속적인 산업 관계로 다듬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원자력 수출 확대를 준비해 온 한국 입장에서는, 산업 정책이 겨냥해 온 바로 그런 관계다.
Sources (4) — The Korea Economic Daily · Maeil Business Newspaper
- The Korea Economic Daily, 2026-08-13
- Maeil Business Newspaper, 2026-08-13
- The Korea Economic Daily, 2026-08-13
- The Korea Economic Daily, 2026-08-13